촌년1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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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태권V이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0건 조회 1,240회 작성일 11-05-26 06:47본문
촌년 10만원
여자 홀몸으로 힘든 농사일을 하며 판사 아들을 키워낸 노모는
밥을 한끼 굶어도 배가 부른 것 같고 잠을 청하다가도 아들 생각에
가슴 뿌듯함과 오유월 폭염의 힘든 농사일에도
흥겨운 콧노래가 나는 등 세상을 다 얻은 듯 해 남부러울 게 없었다.
이런 노모는 한해 동안 지은 농사 걷이를 이고 지고
세상에서 제일 귀한 아들을 만나기 위해 서울 한복판의
아들 집을 향해 가벼운 발걸음을 제촉해 도착했으나
이날 따라 아들 만큼이나 귀하고 귀한 며느리가 집을 비우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손자만이 집을 지키고 있었다.
아들이 판사이기도 하지만 부자집 딸을 며느리로 둔 덕택에
촌노의 눈에 신기하기만한 살림살이에 눈을 뗄 수 없어
집안 이리저리 구경하다가 뜻밖의 물건을 보게 됐다.
그 물건은 바로 가계부다.
부자집 딸이라 가계부를 쓰리라 생각도 못했는데
며느리가 쓰고 있는 가계부를 보고 감격을 해
그 안을 들여다 보니 각종 세금이며 부식비, 의류비 등
촘촘히 써내려간 며느리의 살림살이에 또 한번 감격했다.
그런데 조목조목 나열한 지출 내용 가운데 어디에
썼는지 모를 촌년10만원이란 항목에 눈이 머물렀다.
무엇을 샀길래? 이렇게 쓰여 있나 궁금증이 생겼으나
1년 12달 한달도 빼놓지 않고 같은 날짜에 지출한 돈이
바로 물건을 산 것이 아니라 바로 자신에게 용돈을
보내준 날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촌노는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고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아
한동안 멍하니 서 있다 아들 가족에게 줄려고
무거운 줄도 모르고 이고지고 간 한해 걷이를
주섬주섬 다시 싸서 마치 죄인된 기분으로 도망치듯
아들의 집을 나와 시골길에 올랐다.
가슴이 터질듯한 기분과 누군가를 붙잡고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분통을 속으로 삯히기 위해 안감힘을
쓰고 있는 가운데 금지옥엽 판사아들의 전화가 걸려 왔다.
“어머니 왜 안주무시고 그냥 가셨어요”라는 아들의
말에는 빨리 귀향길에 오른 어머니에 대한 아쉬움이
한가득 배어 있었다.
노모는 가슴에 품었던 폭탄을 터트리듯
“아니 왜! 촌년이 거기 어디서 자-아” 하며 소리를 지르자
아들은 어머니 무슨 말씀을...., 하며 말을 잊지 못했다.
노모는 “무슨 말, 나보고 묻지 말고 너의 방 책꽂이에
있는 공책한테 물어봐라 잘 알게다”며 수화기를
내팽기치듯 끊어 버렸다.
아들은 가계부를 펼쳐 보고 어머니의 역정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알수 있었다.
그렇다고 아내와 싸우자니 판사 집에서 큰 소리 난다
소문이 날꺼고 때리자니 폭력이라 판사의 양심에
안되고 그렇다고 이혼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사태 수습을 위한 대책마련으로 몇날 며칠을 무척이나
힘든 인내심이 요구 됐다? 그런 어느날 바쁘단
핑계로 아내의 친정 나들이를 뒤로 미루던 남편이
처갓집을 다녀오자는 말에 아내는 신바람이나 선물
보따리며 온갖 채비를 다한 가운데 친정 나들이
길 내내 입가에 즐거운 비명이 끊이질 않았고
그럴 때마다 남편의 마음은 더욱 복잡하기만 했다.
처갓집에 도착해 아내와 아이들이 준비한 선물 보따리를
모두 집안으로 들여 보내고 마당에 서 있자
장모가 “아니 우리 판사 사위 왜 안들어 오는가”하며 쫒아 나오자
사위가 한다는 말이 “촌년 아들이 왔습니다”라고 대꾸하자
그 자리에 장모는 돌하루방처럼 굳은채 서 있자
“촌년 아들이 감히 이런 부자집에 들어 갈 수 있습니까”라 말하고
차를 돌려 가버리고 말았다.
그날 밤 시어머니 촌년의 집에는 사돈 두 내외와 며느리가
납작 엎드려 죽을 죄를 지었으니 한번만 용서해 달라며 빌었다.
이러한 일이 있고 난 다음달부터 촌년 10만원은 온데간데 없고
시어머니의 용돈 50만원이란 항목이 며느리의 가계부에 자리했다.
이 아들을 보면서 지혜와 용기를 운운하기 보다는
역경대처 기술이 능한 인물이라 평하고 싶고 졸음이
찾아온 어설픈 일상에서 정신을 차리라고 끼 얻는
찬물과도 같은 청량함을 느낄 수 있다.
만약 며느리의 허물을 묵인했다면 노모의 가슴에는
아픔을 품고 살아가야 했기에 용서하지 않았다는
결과를 초래 했을 것이며 용서하기 이전에 가르침에
대한 방법을 위해 인내를 할 수 있었던 아들에게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우리는 으뜸이 되기 위해
온갖 야망으로 빛바랜 현실을 한쪽 눈만으로 바라보고 있다.
올바르게 보고, 듣고, 판단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이 솟아나야 하겠다.
이웃 속에(in) 함께(with) 위해(for) 살아가는
우리의 본질은 무엇 보다도 진실함이라 여겨지며
아들의 우아한 용서에 행복의 나무는 풍성할 것이다.
댓글목록
어쭈구리님의 댓글
어쭈구리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아침에 읽어내려가는 눈에 물기가 묻어납니다.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편찮으신 어머니 생각이 납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두상큼님의 댓글
두상큼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가슴이 찡하네요....부모님한테 잘해드리지 못한게 생각나네요 잘해드려야 하는데 잘안되네요 ㅠㅠ
열공시대님의 댓글
열공시대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효도해야 할터인데....ㅠㅠ
호그니님의 댓글
호그니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현명한 사람이 되어야 할텐데요...!!
아직까지는 마음의 수양이 부족하여 당시 상황만 볼수 있는 좁은 제 마음이...ㅠㅠ
글을 읽으면서 현명한 대처에 대한 정신 수양을 해야 겠다는 생각과...
방필로 인해 한동안 전화를 드리지 못헀던 모친께 전화 좀 넣고...
주말에 고향좀 올라가야겠네요...ㅠㅠ
닐정님의 댓글
닐정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현명한 대처에....
존경심 마저.....
자기딸과 사돈을 찾아가 빌었다는....
장모와 아내 또한 존경스럽네요....ㅎ.....
감동입니다....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셰인님의 댓글
셰인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효도..말은 쉽게 이해하지만 행동은 쉽게 하지 못하는..
브라이언님의 댓글
브라이언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제목이 좀. ㅠㅠ
pascrane님의 댓글
pascr…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판사 아들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지오님의 댓글
지오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훌륭한 노모 아래 훌륭한 아들이 있었던게죠~
lybro님의 댓글
lybro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ㅜㅜ
오리날자님의 댓글
오리날자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이래서 마간다까페글에서 많은걸 생각케 하는군요..정말 감사히 잘읽었읍니다.
조군님의 댓글
조군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닐정님 처럼 시가쪽도 훌륭하지만... 자신의 잘못을 빨리 뉘우치고 용서를 구하는 처가식구들도 훌륭해보입니다... 판사아들은 친가와 외가를 모두 닮으면 훌륭한 인재가 될거 같군요..ㅎㅎ
edencom님의 댓글
edenc…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인간답게 사는것 쉬운일은 아니죠^^
안티블루님의 댓글
안티블루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찡하네요
헬핀님의 댓글
헬핀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시골에 계시는 노모가 생각 납니다.
Everson님의 댓글
Evers…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재목이 ;;;
청람님의 댓글
청람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감동적이네요..
록키님의 댓글
록키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감동입니다...
필가드님의 댓글
필가드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판사아들..현명한 대처법였네요..저도 어머니가 보고싶어집니다.. 전화나 드려야겠어요
무석이님의 댓글
무석이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찡하네요... 고국도 그립고...
negi님의 댓글
negi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흠.... 고국에 계신 부모님께 바로 전화해야 겠네여
화끄니님의 댓글
화끄니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짠하네요
스티븐님의 댓글
스티븐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lnberno님의 댓글
lnber…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고국에 계신 부모님 생각이 나네요...
inovation15님의 댓글
inova…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ㅋㅋ
관우님의 댓글
관우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찡 합니다.
headlamp님의 댓글
headl…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감동입니다.
율이~!!님의 댓글
율이~!!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감동이에요 ㅠㅠ
연탄찝게님의 댓글
연탄찝게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한 순간의 기지가 모든 상황을 바꾼다!
해란강님의 댓글
해란강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심금을 울리게합니다. 잘 보았습니다
토하겟네님의 댓글
토하겟네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감동 ..ㅠ
천마산님의 댓글
천마산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ㅜㅜㅜㅜㅜ
qkfka님의 댓글
qkfka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눈물이 납니다. 등업 하기위해 이글을 쓰는 제 자신이 부끄럽네여.
어머니 사랑합니다.....
존경님의 댓글
존경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와 ㅠㅠㅠ
날다타조님의 댓글
날다타조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감동있는 글이내요
앙ㅁr님의 댓글
앙ㅁr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ㅠㅠ
졸리빈님의 댓글
졸리빈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벤츠glc님의 댓글
벤츠glc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잘보고갑니다~
혼이v님의 댓글
혼이v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잘보고 감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