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필리핀 중부 세부섬에서 실종된 한국인 사업가의 차량에서 불에 탄 채 발견된 시신 2구가 모두 한국인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들 한국인을 살해한 용의자는 30대 현지 자동차 딜러로 이들이 판매하려던 외제차량 4대와 수억원의 빌린 돈을 가로챈 뒤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늘(14일)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지난달 중부 세부섬에 버려진 차량에서 불에 탄 채로 발견된 시신 2구는 당국의 DNA검사에서 해당 차량의 소유주인 한국인 김모(31)씨와 윤모씨(30)로 파악됐습니다.

한국공관 측은 필리핀 경찰이 이들 시신의 DNA 표본을 채취, 한국 경찰에 검사를 의뢰한 결과 이들의 신원이 한국인으로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필리핀 경찰은 이 사건의 용의자로 최근 종적을 감춘 워런 시아(Warren Sia)를 전국에 수배했습니다.

경찰은 사건 당시 시아가 운영하던 공장 주변에서 총성이 울렸다는 인근 주민들의 진술을 근거로 그가 한국인을 살해한 직후 시신을 인근 야산으로 옮겨 차량과 함께 불태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시아는 특히 김 씨로부터 2억원을 빌렸으며 이들이 판매 중개하려던 볼보 등 외제차량 4대도 가로챈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잠적, 현재 연락이 두절된 상태입니다.

한국공관과 현지 경찰은 시아가 범행 직후 남부 민다나오 등으로 달아난 것으로 보고 뒤를 쫓고 있습니다.

민다나오 지역은 이슬람 반군과 공산 반군들이 활동하는 지역으로 필리핀 수사당국의 손길이 제대로 미치지 않는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편 이들의 시신이 한국인으로 확인됨에 따라 지난해 필리핀에서 살해된 한국인 수는 모두 13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이는 같은 기간에 전 세계에서 피살된 한국인 24명의 절반을 훌쩍 넘어선 수치입니다.

대사관은 지난해 필리핀에서 발생한 한국인 피살사건의 용의자들 가운데 절반가량의 신원이 파악됐으나 현지 경찰의 수사력 부족으로 1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검거하지 못한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그동안 필리핀에서 살해된 한국인들은 모두 현지에 정착, 사업을 하는 교민들로 알려졌습니다.